2025년 2월 2일까지 대전 곳곳에서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스핀오프’ <너희가 곧 신임을 모르느냐>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가 다녀온 대전창작센터 외에도 대전시립미술관(서구 둔산대로 155), 공간오십오(중구 중앙로 137번길 28), 구석으로부터(동구 중앙로 203번길 88-1) 총 네 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전창작센터는 성심당 본점과도 가까워, 대전 여행 중에 성심당을 방문한 후 함께 들르기에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1958년에 건립된 역사적인 건물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매력과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대전창작센터는 2008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옛 건물의 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이 건물은 원래 대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 건물으로 사용되었으며, 20세기 중반 서양 기능주의 건축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건축학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데요. 이러한 역사적인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스핀오프 전시의 제목인 ‘너희가 곧 신임을 모르느냐’는 고대 이집트 신과 그리스 신화를 결합한 연금술사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의 문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문구는 인간이 조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연금술의 목적임을 강조한 말로 과학과 예술이 결합하여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과정을 표현하려는 기획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전시는 1층과 2층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관람 순서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니 자유롭게 둘러보셔도 좋습니다. 대전창작센터에서는 4인의 작가(김수연, 이병찬, 이재석, David Haines & Joyce Hinterding)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먼저 이재석 작가의 작품부터 감상했습니다. 이재석 작가는 사적 경험에서 파생된 낯선 도상들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군 복무 시절의 경험을 상징적인 사물과 신체의 파편으로 표현하며, 우주 질서와 대립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이즈가 큰 작품이 많아 실제로 보면 그 웅장함과 강렬함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으니 직접 방문하여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과 메시지를 깊이 느껴보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계단을 올라가 작품을 하나씩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2층에서는 김수연 작가와 헤인지&힌털딩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좌측과 우측 벽면에 전시된 작품이 김수연 작가의 작품인데요. 절기마다 바람의 궤적을 기록한 작품과 하늘의 색, 온도, 습도에 관한 기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변화와 사람들의 일상적인 경험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작품은 빈백에 앉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헤인지&힌털딩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들의 작품은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것들을 시각과 청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적외선 스펙트럼을 포착하고 우주선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는 순간의 에너지 입자를 사운드로 변환해 전시장을 가득 채웁니다. 그로 인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특히, 우주와 지구 등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영역과의 교차를 탐구하는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병찬 작가의 작품은 자본과 소비가 일으키는 폐기물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스프링을 담아 파동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험형 작품입니다. 소비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과 그에 따른 환경 문제를 예술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2년마다 개최되는 행사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대전만의 독특한 예술적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희가 곧 신임을 모르느냐’ 전시는 이러한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어 과학과 예술에 대한 흥미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전시입니다.

대전의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창조적인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대전창작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를 꼭 관람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대전창작센터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10시~18시 (입장마감 17시 30분)

※ 점심시간: 12시~13시 (단, 주말은 종일 운영)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무료

문의: 042-270-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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