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그 사람
[11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11월소식
<문화칼럼>
그 사람
김정숙 충남대 교수
지난 주말 사랑하는 제자의 결혼 소식을 듣고 반갑고 기뻤다. 초대장에 담긴 다짐의 말과 서로를 바라보는 다정한 웃음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름다운 두 사람을 보며 인생의 만남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어려운 일을 겪거나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려 할 때 함께해 줄 사람을 떠올린다. 함석헌 시인이 노래한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 사람”,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저하나 있으니’ 하며/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그 사람” 같은 존재를.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천천히 자문하는 동안 김정희와 이상적과의 진한 우정이 떠올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는 두 사람의 뭉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 온 지도 어언 다섯 해가 흘렀던 때의 일이다. 한때 생사를 같이하던 벗들도 이젠 소식조차 알 길이 없어질 즈음, 또다시 육지에서 보내온 많은 권수로 이루어진 책 한 벌이 바다를 건너 그에게 전해졌다.
그것은 제자 이상적이 만 리 바깥, 북경에서 여러 해를 두고 구해서 보내준 귀중한 책이었다. 모든 사람이 권세와 이익을 따르는데 이상적만은 옛정을 잊지 않고 유배 간 그에게 정성을 다해준 것이다.
김정희는 그를 칭찬하는 뜻에서 갈라진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발문을 썼다. “일 년 중에서 가장 추운 시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대로 푸름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해 제자 이상적에게 감사의 정을 담아 그려준 것이다.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우정은 위아래도 없고, 시기도 질투도 없으며, 경쟁도 없는, 인간이 맺을 수 있는 가장 따듯하고 정겹고 긍정적인 관계이다.
‘그 사람’이 내게 있는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람과 어떻게 지내고 감사해야 하는지, 지나오며 만난 사람과 현재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에 만날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되어 도타운 우정을 나누고 싶다. 우리 모두가 좋은 사람, 참된 우정의 성품을 지니며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다.
덧말: 11월 결혼식을 앞둔 제자가 홍련화처럼 찬란한 미소와 다정한 마음의 솜사탕처럼 살아가면 좋겠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 블로그 발행글은
"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누구나 무료 구독 신청이 가능하오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문의ㅣ042-288-2286/2324
- #대전서구
- #대전서구소식
- #11월소식
- #문화칼럼
- #대전서구문화칼럼
- #대전서구소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