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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책들의 마지막 여행


김정숙 교수

충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책을 대출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갔다. 5층 보존서고에 들어서니 책 정리하는 손길들로 분주하다. 저만치 쌓여 있는 책들 위에 ‘폐기처분’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지은이의 땀과 고통과 열정과 희열로 태어난 책들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삶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또한 지은이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고, 허방 같은 질문들이 닥쳐올 때면 책에서 지혜의 답을 구하기도 하였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책과 함께 울고 웃고 설레고 위로받으며 미래의 삶과 꿈을 꾸어 왔다.

책은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이자 사유의 결정체이다. 사람과 시대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문화의 전령사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꿈꾼다. 서가에서 내려지는 순간에도 그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이 수명을 다하고 도서관에서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벗처럼 함께해 온 책들의 시간을 생각하니 순간 뭉클해진다. 바래고 찢겨지고 닳은 책들이 안쓰럽고도 아름다웠다. 책들이 한 생을 소박하고 오롯하게 살다 떠나가는 뭇 존재들의 자화상처럼 다가왔다. 책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문득 깨닫는다. 모든 것은 끝이 있지만, 그것이 곧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더불어 주어진 본분을 다한 존재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돌아보는 마음이 함께 살아가는 의미라고 생각해 본다.

책의 운명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책들이 남긴 흔적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언젠가 새로운 누군가가 또 다른 책을 펼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과 지혜를 찾을 것이다. 오늘 나는 폐기처분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 가는 책들을 보며, 그들의 마지막을 존중하며 기억하기로 한다. 떠나가더라도, 책들은 독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그리움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새로운 책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밝혀줄 것을 믿는다.

이제 책들에 폐기처분이라는 말 대신 새봄 홀가분하게 떠나는 ‘찬란한 여행’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떠나가는 책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너희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고, 나를 성장시켜 주었어. 고마웠어 책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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