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전
<기자칼럼> 봄날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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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봄날의 속삭임
잊힌 3월 8일의 기억에 부쳐
이준섭 기자
금강일보 취재2부 차장
1960년 3월 8일 그날 대전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다. 교복 주머니 속 꼭 쥔 주먹만큼이나 단단했던 결심이, 거리를 울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던 그들은 그저 평범한 내일을 꿈꾸던 청춘들이었다.
불의한 선거에 맞선 그들의 눈빛은 봄날의 햇살보다 더 뜨거웠다. 교실의 분필 가루처럼 하얗던 그들의 순수함이 역사의 먹빛 속으로 스며들었다. 진실을 향해 뛰던 발걸음은 때론 피로 물들었지만 그들의 심장은 지금도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고동치고 있다.
시간은 흘러 이제 우리는 편한 의자에 기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들이 두려움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희망의 끈을 우리는 얼마나 쉽게 놓아버렸을까. 스마트폰 속 수많은 좋아요 버튼 사이에서 어쩌면 진정한 ‘좋아요’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그들의 이야기도 조용히 떨어져 내린다. 하지만 꽃잎이 땅에 닿아 새로운 생명이 되듯 그들의 용기는 우리 안에서 다시 피어나길 기다린다. 65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함성은 도시의 소음에 묻혀 희미해졌다. 얼마나 많은 소중한 기억들을 놓쳐버렸을까. 기억은 선택적이다. 우리는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때로는 영광스러운 순간만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그해 4·19혁명으로 이어진 대전 3·8민주의거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우리의 역사다.
오늘날 우리는 이 평화로운 일상 뒤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눈물과 피가 배어있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내던졌다. 당신은 오늘, 어떤 봄을 꿈꾸고 있는가. 그들이 꿈꾸었던 그 봄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날의 기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교실을 박차고 나온 학생들의 발걸음, 그들을 바라보던 시민들의 눈빛, 그리고 도시 전체를 휘감았던 긴장과 희망. 이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DNA 속에 새겨져 있다. 그들의 꿈을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3·8이 시작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결코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가야 할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3·8민주의거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는 자유의 기초가 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외침이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 블로그 발행글은
"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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