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감탄

빚는 정성에 감동

‘가마지기’

여주에는 전통을 이어가며 상품성과 실용성을 높인 도자기 브랜드가 많다. 그중에서도 1인 공방 업체인 ‘가마지기’의 제품은 오로지 강병덕 대표의 손에서 탄생한다. 흙 반죽과 성형, 건조, 소성 등 모든 과정을 손수 천천히 만들어간다. 하나의 도자기 그릇이 탄생하기까지, 도예가의 정성과 혼이 깃든 특별함이 있었다.

글. 두정아 사진. 이대원


도예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특별함

영롱한 보랏빛의 그릇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자기 특유의 감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던하고 유니크한 매력이 돋보인다. 여주 오학동에 위치한 ‘가마지기’는 심플한 디자인에 독특한 색감으로 유명한 생활자기 전문 업체다. 도예가이자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강병덕 대표는 2대째 도자기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찌감치 도예로 진로를 정하고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도예를 공부하며 외길 인생을 걸어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보라색은 인위적으로 색을 입힌 것이 아니라 가마 속 도자기가 요변을 일으켜 만들어진 색입니다. 도자기 색을 만드는 안료는 종류가 정해져 있어요. 빨간색이나 파란색, 노란색 등 정해진 안료의 색밖에 나오지 않지요. 유약 실험을 하다가 완성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디자인과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번의 고민과 작업 끝에 지금의 제품이 탄생했죠.”

요변이란 도자기가 가마 속에서 소성되는 과정에서 색상이나 형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공방마다 똑같은 흙과 유약을 사용해도 가마의 특성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온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한 가마에서도 비슷한 색이 나올 뿐 완전히 똑같이 나오지는 않는다”라며 “처음에는 소비자분들이 색이 조금씩 다르다고 문의도 주셨는데 이제는 미묘하게 다른 차이 또한 매력으로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실험을 한 결과, 영롱한 보랏빛과 맑은 하늘색이 돋보이는 지금이 제품들이 완성됐다. 종류는 접시나 컵 등의 주방 식기부터 작은 화병까지 다양하다. 모든 제품 제작의 시작과 끝은 강병덕 대표가 아내와 함께한다. 강 대표는 매장 인근에 있는 도자기 공방에서 하루 평균 14시간 도자기를 만들며 굽고, 매장 운영과 판매는 아내 신영씨가 도맡는다.

도자기, 그 기다림의 미학

도자기 만들기는 흙을 반죽해 물레 성형이나 틀 작업을 하며 시작된다. 완전히 건조되면 유약을 바르고 초벌과 재벌이라는 두 번의 소성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는 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이 걸린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강 대표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듬고 변형해가는 그 과정이 꽤 깁니다. 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완성품을 보려고 해도 바로 확인할 수가 없지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도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고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획일화되지 않은 디자인과 색상, 수공예 도자기라는 점은 강점이지만, 1인 공방 업체이다 보니 제품 출하량은 제한적이다. 수량에 따라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인력을 보강하거나 자동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유연성 때문이다.

그는 “현재 생산량은 적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판로 등에 큰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마지기에서는 맞춤형 제작도 가능하다. 한정식 전문 식당에서는 음식이 더욱 돋보이도록 도자기 그릇을 주로 사용하는데, 원하는 크기와 종류를 특별히 주문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그릇이 예뻐도 실용성이 부족하면 소비자는 망설이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때문에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를 강조한다.

20년 가까이 소비자의 신뢰를 묵묵히 쌓아가고 있는 강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도자기는 흙이 원료인데, 흙은 자연에서 얻잖아요. 언젠가는 고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죠. 코로나19 당시 재료가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흙 광산이 문을 닫았는데, 흙 수급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겁니다. 원료는 한정돼 있으니, 앞으로도 원활한 재료 수급이 장기적인 과제일 것 같아요.”

도자기를 향한 끝없는 열정과 노력

달라진 소비 패턴도 공방 운영에 중요한 요소다. 과거에는 주방 식기를 세트로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소량을 구매해 다른 제품과 믹스매치하는 이들이 늘었다.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대조적 이미지를 섞어 새로운 멋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직접 요리를 하기보다는 외식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식기 구입에 대한 달라진 문화도 엿볼 수 있다.

“과거에는 4인 기준으로 식기를 구입했었다면 요즘에는 1~2인 기준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1인 혼밥용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대식구가 거의 없다 보니 메인 접시 크기도 예전보다 작아졌지요.”

신제품 출시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요즘 새로운 제품은 뭐가 있나’하고 방문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그러한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쉬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도자기의 매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청자가 따뜻한 느낌이라면 백자는 차가운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백자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도자기는 재료가 한정돼 있지만, 어떻게 완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도자기의 매력 아닐까요?”

강 대표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최근 도자기를 구입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도자기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과 관심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도자 산업 종사자로서 도자기가 사람들의 일상에서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것은 당연했다.

“저의 꿈은 어쩌면 단순합니다.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걱정 없이 매일 만드는 겁니다. 각 공방마다의 개성과 특색이 뚜렷한 우리 여주 도자기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마지기’ 강병덕 대표

[가마지기]

▶ 주소 경기도 여주시 여양로 285

▶ 문의 0507-1350-3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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