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공원에서 길을 잃다. 도심 속 생활밀착형 숲 대전 한밭도서관 <미로미로원>
8월 여름. 뜨겁게 데워진 아스팔트 거리를 걷다 보면 숨이 턱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도심지는 외곽지역보다 도시 열로 인해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열섬현상이 나타나는데요, 도시에 조성된 숲은 탄소를 저감시키고 미세먼지를 정화하기도 하지만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흙이 수분을 저장하여 기온을 낮추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합니다.
대전 곳곳에는 일상 속 녹색 생활공간인 크고 작은 공원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대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한밭도서관에는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만들어진 생활밀착형 숲 미로미로원(迷路美路園)이 있습니다. 미로(迷路)는 우리나라 말로 미로, 영어로 maze라는 뜻인데, 미로미로원은 길을 잃을 듯한 미혹적인 길과 아름다운 길로 만든 정원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미로미로원은 2022년 생활밀착형 숲 공급을 위한 자생식물 생산 컨설팅 사업으로 주차장 맞은편 책을 읽는 남자 조각상 뒤에 지역민과 시민 정원사 등이 함께 만든 정원입니다. 입구정원, 폐허정원, 돌의정원, 한밭정원, 음습정원 등 9개의 테마로 나누어진 구역마다 그 환경에 적합한 우리나라의 자생식물 등을 심었다고 합니다.
미로미로원은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이 달라서 한밭도서관에 방문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옥잠화와 보랏빛 라벤더, 그리고 수국이 보입니다. 온통 여름을 상징하는 시원한 색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가을이 되면 붉은 단풍으로 물들겠지요. 도심 가까이에 있는 향기로운 꽃과 싱그러운 나무는 시민들에게 자연으로부터의 힐링을 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가 될 것입니다.
한밭도서관 미로미로원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비가 온 뒤 꽃과 잎에 맺혀 반짝거리는 물방울을 보면서 고요히 명상하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답니다. 8월이 지나고 날씨가 조금 더 선선해지면 여기에서 책을 읽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 철근으로 만든 벤치가 금방 녹이 슬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찾아보니 녹이 슬지 않는 특수 재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로미로원 담장 한켠에는 파랑새 조형물이 있는데, 어릴 적 읽던 동화 <파랑새>에 나오는 파랑새가 떠올랐습니다. 파랑새는 행복과 희망의 상징입니다. 한밭도서관을 찾는 모든 이들이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얻고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밭도서관 미로미로원을 둘러보다 보면 조금 출출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지하 2층 구내식당도 들러보세요! 구내식당에서는 백반(5,000원), 돈가스(5,500원), 라면(3,500원)을 키오스크에서 식권을 결재하여 드실 수 있으며 매점에서는 과자, 음료, 컵라면도 팔고 있습니다. 또한 집에서 싸 온 도시락도 구내식당 내 지정된 장소에서 드실 수 있으니 참 편리합니다.
도서관 구내식당에 가면 라면과 돈가스가 대표 메뉴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학창 시절이 생각나서 백반을 주문했습니다. 백반 식당에서 먹는 찌개백반이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먹던 흔한 급식 메뉴입니다. 어렸을 때는 급식이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먹어보니까 꿀맛입니다.
한밭도서관 미로미로원을 산책하고 점심을 먹고 책을 빌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사뿐사뿐 가벼웠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하루쯤은 시간을 내어 한밭도서관에서 여유를 느껴보세요. 무언가 하지 않아도, 너무 알차게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이대로 정원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밥을 꼭꼭 씹어 먹으며 나 자신에 충실해지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으니까요. 내 삶에 여백을 만든다면 다시 힘차게 나아갈 힘도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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