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난 궁남지 연꽃 구경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여러 곳에 피해를 남긴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날입니다. 집안 어르신들을 모시고 잠깐 바람 쐴 곳을 찾다가 부여 궁남지를 떠올렸습니다. 7월 5일(금)~7월 7일(일) 개최된 제22회 부여 궁남지 연꽃축제는 끝났지만, 편의시설은 7월 말까지 이용할 수 있고 여전히 예쁘게 핀 연꽃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서동공원'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는 동문광장 쪽 주차장은 들어갈 틈 없이 차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서문광장 쪽으로 이동하니 주차된 차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주차 후 주차장 한쪽에 있는 궁남지의 안내도를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연못인 궁남지의 대표식물과 사계의 수려한 경관을 담은 사진을 보고 나서 천만 송이 연꽃들이 기다리는 궁남지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습니다.
2024년 부여 궁남지 연꽃축제가 끝난 지 일주일 가량 지났는데도 포토존과 야간 조명 등 축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힌 것 같기도 한데, 꽃 축제 기간을 전후해서 개인적으로 계절꽃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아진 듯합니다. 늦게까지 축제 관련 시설물이 남아 있어 뒤늦게 축제장을 찾았는데도 마치 축제 중에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부여 궁남지를 찾는 여행자들은 10만 평(약 3십3만 ㎡)에 달하는 연꽃단지의 규모에 우선 압도될 듯합니다. 그다음에는 버드나무 고목을 중심으로 조성된 뛰어난 조경에 감탄하리라 생각합니다. 궁남지에 발을 들인 여행자들이 "어마어마하네!", "넓다!", "예쁘다!"라는 말을 내뱉는 걸 보면 첫인상이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꽃단지 규모가 크고 관리가 잘 돼서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연꽃만 봐도 궁남지에서 가장 많은 면적에 분포되어 식생하는 홍연(紅蓮), 백연(白蓮), 황연(黃), 황금연, 메그니피센트, 삼명애련 등등 색상과 품종이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잎이 가장 큰 식물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된 가시연, 잎을 가장자리가 구부러지며 자라는 큰가시연(빅토리아연) 2종류도 볼 수 있습니다.
연꽃보다 개화 시기가 길고, 물에 잠겨서 잎과 꽃이 피는 색색깔의 수련도 볼 수 있었습니다. 수련(睡漣)은 꽃이 밤에 접어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한낮에 하늘색, 노란색, 주황색 등의 꽃을 피우는 열대수련을 보는 건 당연한데, 이곳에는 주로 밤에 개화하는 야간 품종의 열대수련도 있다고 합니다. 다시 궁남지를 찾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야간 조명이 예쁠 때 볼 수 있는 수생식물이 있다니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안내문을 통해 수생식물은 물의 깊이에 따라 사는 방식을 달리하며 부유식물, 정수식물, 침수식물로 분류한다는 정보를 얻었는데, 연꽃처럼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 것은 아니어도 부들이며, 물양귀비, 물수선화, 물수세미, 물상추 등 다양한 수생식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집안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지만, 부여 궁남지는 아이들과 함께 오면 다양한 수생식물을 직접 볼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궁남지에는 꽃만 있는 게 아니라 잘 가꿔진 자연과 어울려 사는 생명체들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하지도 않는 쇠오리들은 이곳의 터줏대감인 듯합니다. 자유롭게 비행하는 잠자리, 꽃이 있는 곳에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나비와 벌, 풀숲에서 보호색으로 위장한 메뚜기와 사마귀 등을 보았습니다.
다만, 보이지 않았으면 했던 뱀도 보게 되었습니다. 경고 문구가 없어서 방심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비명에 도망가는 뱀을 보았는데, 다른 관광객의 말에 의하면 궁남지에 뱀이 자주 출몰한다고 하니 조심하셔야 할 듯합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드디어 궁남지에 다다랐습니다. 걸음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기에 속으로 '동문 주차장에 주차했더라면 궁남지까지 오는 시간이 단축됐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룡정은 궁남지 내의 그 어떤 포토존보다 사진찍기 좋은 장소여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비는 개었지만, 햇빛이 나와 화창한 날씨는 아니어서 궁남지의 아름다운 경관과 반영을 담기에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정원인 궁남지에서 알 수 있듯 백제는 삼국 중에서도 정원을 꾸미는 기술이 뛰어나 백제의 노자공은 백제 정원 조경기술을 일본에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궁남지는 단순한 연꽃 명소나 사진 맛집이 아니라 백제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라는 점에서 매해 7월에 열리는 연꽃축제의 의의가 큰 듯합니다.
궁남지(포룡정)는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백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입니다. 인근에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백제시대 이궁터로 알려진 궁남지 일대에는 아명(兒名)을 서동(薯童)이라 했던 무왕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사비시대에 왕궁 남쪽 못 가에는 궁궐에서 나와 혼자 사는 여인이 궁남지의 용과 교통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 장(璋)이다." 그의 어머니가 용과 교통하여 아들을 낳았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그의 아버지는 왕이거나 태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궁궐 밖의 생활이 궁핍하였으므로 생계유지를 위해 그는 마를 캐다 팔았다. 그래서 그의 아명이 서동이 되었던 것이다. 서동의 어머니는 가난에도 불구하고 그를 정성으로 키웠다. 그는 기골이 장대하고 효성이 지극한 장부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궁중에서 한 노신이 찾아와 왕의 밀명을 전하였는데 신라의 서라벌에 잠입하여 국정을 탐지하라는 것이었다. 서동은 기꺼이 받아들여 마를 파는 상인으로 위장하여 신라에 잠입, 탐지 활동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사랑이 싹텄다. 그러나 서로는 국적과 신분이 달라 맺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알았다. 그러나 헤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지혜를 짜내 서동요를 만들어 퍼트리기로 다짐했다. 서동은 서라벌의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마를 나누어 주며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가서 서동 도련님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온 나라에 퍼져 나갔다. 결국 대궐에까지 알려지게 되어 오해를 받게된 선화공주는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미리 알고 있던 서동이 선화공주를 백제로 데려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사랑이야기이다.
포룡정을 떠나 동문광장 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서문 주차장에서 본 사계를 담은 사진 속 여름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꽃의 개화 상태가 좋고, 낭만 있는 포토존이 조화로웠습니다.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여러 차례 사진을 부탁 해오신 것으로 보아 궁남지 안에서도 '풍경 맛집'이 확실한가 봅니다.
그 옆으로는 키 큰 백련 잎줄기 때문에 지붕만 보일 듯 말 듯한 서 있는 정자가 보였습니다. 연꽃에 둘러싸인 사각지붕 정자 안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1시간 남짓 쉬엄쉬엄 궁남지를 돌아봤습니다. 집안 어르신들은 주차장 가까운 곳에 핀 연꽃만 둘러보셨는데도 "여기 나오니까 좋다."라고 흡족해하셨습니다. 부여 궁남지로 향할 때보다 귀가하는 차 안에서는 사는 이야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이야기꽃이 만발했습니다.
비 갠 날, 예쁜 풍경을 감상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사심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보낸 시간 덕택에 열심히 살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궁남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일원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희망굴뚝 ‘友樂’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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