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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사람의 일 편만 보기엔…


김현호 금강일보

취재2부장 직무대행


어렸을 적 아버지는 항상 신문을 들고 계셨다. 식사하실 때, 화장실 갈 때, 심지어 TV로 뉴스를 보시면서도 오른손엔 늘 신문이 함께였다. 신문을 보면 항상 혀를 차시며 “세상 참 말세다”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겨버린 지금 같이 술잔을 부딪치면 " 진짜 세상 빡빡해진다”라는 푸념을 자주 하신다. 누가봐도 세상은 점차 삭막해지고 다들 이기적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글밥을 먹는 사람이니 세상의 좋은 모습보단 안 좋은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이었다. 같은 동 아랫집이 이사를 왔는데 새 집 주인은 딱 봐도 겨우 약관을 넘기고 이립이 채 안 돼 보이는 남성이었다. 조금 오래된 구축 빌라여서 이곳에 사는 사람은 거의 어르신이었고 새로이 전입하는 사람도 대개 나이가 지긋하셔서 젊은이는 조금 생소했다.

기껏해야 10세대도 안 되는 빌라였고 엘리베이터도 없기에 외출하며 만나는 어르신에게 항상 인사를 먼저 건네고, 빌라 역시 그런 분위기였던 곳이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온 젊은 남성은 어르신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목례만 짧게 하고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젊은 남성에 대해 그렇게 좋은 생각을 갖지 않았고 어쩌다 마주쳐도 그냥 눈인사만 건네고 말았다. 삼강오륜이 무너지고 세상 참 각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젊은 남성을 속으로 욕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담배를 태우러 1층으로 내려가 담배를 물었는데 젊은 남성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앉아 무언갈 하는 걸 봤다. 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아 멀찌감치 바라보니 그는 쓰레기봉투를 정리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담배를 태우고 근처에 대충 버린 꽁초나 사람들이 오가면서 막 버린 쓰레기 등을 담아 쓰레기봉투에 욱여넣고 있었다. 담배를 태우고 꽁초는 주변 쓰레기봉투에 껴 넣어 버리는 편인데 간혹 잘 들어가지 않아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없잖았고 귀찮은 마음에 그냥 자리를 떴는데, 그 젊은이는 이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를 다 마친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 눈인사를 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정말 세상을 삭막하게 만드는 건 귀찮다는 이유로 담배꽁초를 대충 버리던 나일까, 아니면 어르신께 먼저 인사를 하진 않지만 귀찮고 더럽다며 누구도 하지 않는 일에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는 남성일까. 사실 세상은 점차 빡빡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쁜 것만 보려면 보이지 않는, 남몰래 좋은 일을 하는 이가 세상 어딘가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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