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4월소식

글ㆍ사진ㅣ배다솜


2024년 배재대 신입생 박도규 할아버지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배우고 공부해야”

“70대 후반에 처음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봤는데,

넓고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니 정신이 맑아졌어요.

‘아, 나의 세상은 너무나도 좁았구나.

새로운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강타했죠.”

‘인생은 백세시대’라는 말을 제대로 실천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올해 배재대학교 신입생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도규(90) 할아버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 할아버지는 어느 신입생보다도 뜨거운 열정과 젊음의 패기를 가진 만학도였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배움의 길에 뛰어들었다는 박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34년생인 박 할아버지는 충남 공주의 시골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 시절 대부분의 집이 그랬듯 하루 하루 다음 날 밥을 걱정하며 살았다. 어머니의 외갓집이었던 가수원에서 10여 년간 머슴살이를 하며 유년시절을 보냈고,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도저히 학비를 낼 수 없어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때는 아궁이에서 연탄보일러로 바뀌던 시절이었다. 보일러를 설치하는 집에 가서 일꾼으로 지내다 기술을 터득했고 대전에서 보일러 설비회사를 차렸다. 이때 배운 기술로 평생을 일하며 결혼도 하고, 5남매를 멋지게 키워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아르헨티나로 선교활동을 가볼 기회가 생겼다. 생전 일 만하며 여행이라곤 다녀 본 적 없는 박 할아버지에게 지구 반 바퀴 넘어 새로운 나라의 경험은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세상은 이렇게 넓구나, 이 넓은 세상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도규라는 사람은 누굴까, 그저 누군가의 부모, 돈이나 버는 사람, 이런 거 말고 진정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알고 나를 찾기 위해서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80대 후반이 된 박 할아버지는 2020년이 되어서야 배움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전 서구에 있는 예지중·고등학교의 존재를 알게 된 것. 이곳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밟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장을 받았다. 하지만 박 할아버지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흔의 나이였지만 대학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할아버지는 “수시전형으로 7곳의 대학에 면접을 봤고, 모두 합격했다”며 “면접 볼 때마다 내가 갖고 있는 자격증, 표창장, 업무 관련 내용 등 나 자신을 알려줄 수 있는 서류를 충분히 준비해 갔다. 그랬더니 면접장의 교수님들이 젊은 친구들보다 더 큰 젊음과 열정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래서 박 할아버지가 선택한 대학은 배재대학교 평생교육융합학부 토털라이프케어 전공이다. 지역사회, 다문화, 의료보건 복지, 시니어스포츠케어 등을 교육하는 학과다. 성인학습자 맞춤형 학과지만 이곳에서도 박 할아버지의 연세(?)는 독보적이다. 현재 재가노인복지시설인 참조은재가복지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 할아버지는 열심히 배워서 전공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다.

“나도 늙은이고, 이제 노인요양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잖아요. 수요자의 입장에서 배우면 새로운 시선이 생기지 않을까요? 늦게 시작한 일이지만 제 일을 멋지게 잘하고 싶어요.”

박 할아버지의 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단순히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해서,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서’의 수준을 넘어 배움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젊은 동기들에 비해 부족하겠지만 더 일찍 등교하고, 더 많이 복습해서 4년 동안 아름다운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계획이다.

“졸업한 후엔 졸업생으로서 우리 대학에 기부도 하고 싶습니다.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할 것 같아요. 더 배우고 경험하고 나니 더 베풀고,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이든 도전하세요!”



위 블로그 발행글은

"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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