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부여 궁남지에서
해마다 천년의 사랑을 되살린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버드나무 아래로 어른 키 만한 목수국이 피었다. 무성한 초록빛 사이에 풍성하고 푸짐한 크림색덩어리 꽃이다.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목수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서로 찍었다. 곧이어 두 사람이 얼굴을 나란히 하고 한 손을 들어올렸다. 폰 화면을 같이 바라보는 모습에 지금 이 순간을 찍으며 흐뭇해한다. 조만간 아름다운 추억으로 저장될 이곳은 7월의 평일, 한낮의 궁남지이다.
연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궁남지에서는 스물 두 번째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있었다. 펼침막에는 그동안 축제에 맞춰 다채롭게 설치해놓은 경관들과 편의시설을 7월 31일(수)에 종료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26일(금)에 찾아간 궁남지에서는 그래서 요소마다 적절하게 배치한 설치물들을 보고 즐기며 충분히 감상했다.
푸르고 너른 궁남지에 다다르면 자연의 생명력에 호흡이 가빠진다. 싱그러움이 물씬한 연꽃의 자태를 보려면 새벽아침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사계절 내내 새벽부터 밤까지 그 어느 순간이라도 궁남지는 아름답다. 사비시대의 궁궐 연못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뜨거운 여름에 서동과 선화공주의 천년사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는 궁남지에서 빠질 수 없다. 연못 속에 두 사람의 형상이 아담한 조각으로 서 있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국경을 초월한 그들의 사랑이 그대로 궁남지의 분위기를 만든다. 서동설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설치물에는 서동의 ‘출생의 비밀’이 적혔다.
백제 30대 임금인 ‘무왕의 사랑이야기’로 그의 어머니가 궁궐 남쪽에 있는 연못에서 살다가 어느 날 그 못의 용과 정을 통해 낳은 ‘장’이라는 아이가 후에 ‘서동’이 되는 설화이다.
조금 더 걷다보면 연잎이 초록으로 무성한 곳 한 켠에 진한 분홍빛 문이 우뚝 서 있다. 닫힌 그 문을 열고 성큼 한 걸음 내 딛는다면 시공간을 넘어 천년의 사랑을 만나는 건 아닐까.
구름이 드리운 하늘에 어쩌다 스카이블루빛이 선명하다. 밝은 노란색 물양귀비 꽃이 자글자글 모인 곳 길가에 트럭 한 대가 궁남지를 천천히 돌았다. 워낙에 넓은 연못이기도 하고 이 땡볕에 걸어서 관리하는 건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여름 백련과 홍련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수련은 낮은 바닥에 피면서도 연꽃이 지는 초가을까지 제 모습을 보인다. 수련과 달리 연꽃은 물 위로 꽃줄기를 세워 자신의 자태를 드러낸다. 연꽃이 한창 필 때는 보이지 않았을 연밥이 둥글고 너른 연잎위로 자기의 존재를 알린다. 한 때 화려했을 꽃의 열매. 연밥은 연의 소중한 씨를 품고 있다. 씨는 곧 생명이다.
궁남지에서는 그 어떤 장면도 평화롭다. 한 낮의 뜨거운 기운이 있어서 나무나 정자 아래 지나가는 바람은 더 없이 고맙다. 포토존으로 만든 곳에 앉아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 흐뭇하고 행복해 보인다. 나무와 연꽃, 물 따라 고개를 주억거리는 오리들, 이곳에선 물도 식물도 사람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궁남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일원
* 방문일 : 2024년 7월 26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황토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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