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구남마을 어은정에서 만나는 봄

봄바람이 따사롭게 불어오는 요즘, 구남마을은 매화꽃과 수선화가 만개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남마을의 대표적인 명소인 섬진강미술관과 어은정 일대는 봄을 맞아 더욱 빛나는 곳입니다. 매화와 산수유가 가득한 봄꽃들의 향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마을을 돌아보면 봄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구남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섬진강미술관의 입구에서부터 봄의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미술관의 입구를 지나며 봉우리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한창 피어 있어, 마치 봄나들이를 나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들 사이로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데요, 자연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공간에 장시 들러 전시와 함께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이날 제가 방문한 날 섬진강미술관에서는 ‘묵향전-순창을 보다’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순창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전시를 잠시 감상해 보았습니다. 몇몇 작품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풍경을 다룬 것들이 많아 카메라에 담아가는 관람객들도 보였습니다.

전시 관람 후 미술관에서 나와 다시 봄꽃이 만개한 길을 걸으며 어은정으로 향했습니다. 봄바람을 맞으며 어은정까지 가는 길은 여유있게 약 10분 정도 걸리는데, 마을 풍경이 참 예쁩니다.

섬진강미술관에서 어은정으로 가는 길은 섬진강 자전거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막 꽃을 피운 매화 사이로 꿀벌들이 분주히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모으는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봄의 따뜻한 기운을 가득 담은 구남마을의 행복한 봄 풍경입니다.

사복사복 십 분쯤 걸어 어은정 앞까지 왔습니다. 순창 어은정 앞으로 이어진 섬진강 자전거길은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기에 그만입니다. 자전거길을 따라 펼쳐지는 섬진강의 편안한 풍경 속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커플의 자전거 행렬이 눈에 띕니다.

어은정 앞 쉼터에는 체계산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양사형의 모습이 보입니다. 노란 달 위에 앉아 사색에 몰두하는 선비의 모습이 봄 햇살에 반사되어 시간조차 천천히 흐르는 듯합니다. 봄바람까지 불어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그 뒤로는 타일 벽화로 만들어 놓은 ‘월하미인-숨’이라는 작품도 보입니다. ‘월하미인’은 달빛 아래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의미인데, 여유롭게 낚시와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구남마을의 여유로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어은정은 섬진강과 오수천이 만나는 곳에 있는 정자로, 이름 그대로 섬진강에서 낚시를 하며 유유자적하는 곳이라 할 수 있는데요, ‘어은’이라는 이름에는 섬진강에서 낚시를 즐기며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던 양사형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어은정은 1567년,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의병인 양사형이 성인이 되어 이곳으로 분가하면서 지은 누각으로, 원래 이름은 ‘영하정’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양사형은 1588년 문과에 급제하고,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으로 참전하여 큰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양사형이 세상을 떠난 후, 이 정자는 그의 고귀한 삶을 기리기 위해 이름이 바뀌었고, 현재 1919년에 중건된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어은정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현판은 양사형의 9세손인 양재절이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롱나무가 많은 어은정은 섬진강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봄바람에 실려 고즈넉한 풍경 옆에 백일홍이 피어날 그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숨을 고르는 듯합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어은정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섬진강과 함께하는 어은정 일대는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구남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산책하며 기분 좋은 봄날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순창 어은정

순창군 적성면 평남길 1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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