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막내의 일본어능력시험을 바래다주기 위해 대전여중을 찾았습니다. 평소라면 시험 시간이 끝날 때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시험 장소가 대전 원도심이라는 점이 다른 결정을 하게 했습니다. 원도심에는 역사를 간직한 근대건축물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막내의 시험을 기다리는 동안 주요 근대건축물을 둘러보며,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시험이 치러진 대전여중 강당입니다. 1937년에 지어진 이곳은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는 ‘대전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강당의 외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대적인 건축물과는 다른 정교한 디테일과 안정적인 비율로 당대의 건축 기술과 미학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현재는 대전갤러리로 변모해 지역 주민들에게 예술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음은 대흥동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당은 1962년에 건립된 대전 최초의 성당이자,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깔끔한 직선 디자인과 단순함을 강조한 외관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건축양식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분위기가 흘러나오는 이곳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성당에 접한 도로변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며 연말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1950년에 지어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일본의 서양식 기능주의 건축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벽돌로 지어진 2층 건물은 모임지붕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실용성과 미학이 균형을 이룬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과거 농산물 검사의 중심 역할을 했던 이곳이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의미 깊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옛 대전부청사였습니다. 1937년에 준공된 이 건물은 대전 원도심의 상징적인 근대건축물로, 근대모더니즘 건축양식이 집약된 공간입니다. 몇 차례 개보수를 통해 지금은 변형된 외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대전시가 건물을 매입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입니다. 이런 계획은 옛 건물을 현대 사회와 연결해 활용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원도심에 자리한 근대건축물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 근대 건축이 어떻게 영향을 받아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문화유적을 도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대건축물을 둘러본 뒤, 근처에 위치한 유명한 약과 상점을 찾았습니다. 약과는 어릴 적 특별한 날이면 먹었던 간식으로, 건축물에서 받은 감동과 어우러져 추억의 맛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집으로 가져와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진 이번 원도심 탐방은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 시간이었습니다. 대전 원도심에 자리한 근대건축물들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전 원도심은 누구에게나 열린 시간 여행의 공간입니다. 다가오는 연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옛 건축물과 옛 맛이 주는 감동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title":"원도심에서 만난 시간의 흔적, 대전의 근대건축물","source":"https://blog.naver.com/storydaejeon/223697717400","blogName":"대전광역시..","blogId":"storydaejeon","domainIdOrBlogId":"storydaejeon","nicknameOrBlogId":"대전광역시","logNo":223697717400,"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