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00년 역사를 간직한 호계역은 마지막 열차를 보내고 작별 인사를 고했습니다.

2021년 12월 28일 마지막으로 열차가 다니던 호계역의 모습

비록 일제강점기, 일제가 수탈을 위해 놓은 선로였지만 해방 이후 폐역이 될 때까지 많은 사연과 추억이 호계역에 켜켜이 쌓여갔습니다.

저 역시도 호계역에 많은 추억이 담겨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후 북울산역으로 호계역의 업무가 이관된 이후 호계역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폐선로를 도심공원화해서 산책로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호계역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2024년 3월, 일부 완공된 울산숲 산책로가 개통되어 드디어 호계역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기차가 다니던 그곳을 찾아 다녀왔습니다.

다시 만난 호계역

이제는 한적한 골목이 된 농소1동 행정복지센터 앞 사거리

기차가 호계역에 도착하고 출발할 때면 이곳 농소1동 행정복지센터 앞 사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던 택시들과 가족, 친구, 연인을 기다리던 차량들로 출퇴근 시간대는 정체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금은 장이 서는 장날이 아니고서는 한적한 골목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호계역 안내 이정표

기차가 다니던 시절의 호계역 앞 (좌), 다시 찾은 호계역 앞거리 (우)

주로 출퇴근은 물론 여행을 떠나기 위해 호계역을 이용하던 분들에게는 익숙한 골목일 텐데요.

저에게도 기차를 타고 내리면서 수없이 지나갔던 거리이기에 예전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폐역이 된 이후 한동안 인근의 농소 1 파출소 건물로 사용되기도 했다가 지금은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준비 중인 호계역.

1921년 역이 세워지고 10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곳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추억이 쌓인 공간입니다.

한옥 건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축미가 뛰어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빠르게 변하는 요즘 시대에 100년이라는 시간을 간직한 공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자체가 호계역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반가웠습니다.

오토바이는 물론 킥보드와 자전거도 울산숲 산책로에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오직 보행자만을 위한 산책로이니 이용전 꼭 유의해 주세요.

호계역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울산숲 산책로로 갈 수 있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가로등 하나에 의지하고 있어 호계역이 개방되어 공원의 진출입로로 이용되기 전까지는 안전을 위해 추가적인 조명 설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철길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산책로여서 폭이 넓지만 오토바이, 킥보드, 자전거 등의 이동 수단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오직 보행자만을 위한 산책로이니 이동 수단은 잠시 세워두고 산책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2021년 12월 28일의 호계역 (좌), 다시 찾은 호계역 (우)

약 2년 만에 다시 만난 호계역.

산책로로 재탄생한 호계역 승강장

기차가 다니던 시절의 호계역 승강장 (좌), 울산숲으로 재탄생한 호계역 승강장 (우)

과거 승강장은 산책로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재탄생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향나무 숲은 그대로 울산숲의 일부로 남아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과거 이곳이 기차가 다니던 곳이었음을 알려주는 흔적이 호계역사 외에도 곳곳에 남아 있었는데요.

승강장 내에 있던 호계역 명판을 공원의 조형물로 활용한 모습

선로 일부를 활용한 모습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기차가 다니던 선로 일부가 산책로에 남아 있던 점이었습니다.

호계역을 이용했던, 호계역에 추억이 남아있는 이들에겐 이 선로 하나가 과거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될 것 같았습니다.

주민헌수로 심어진 은목서

뿐만 아니라 곳곳에는 시민들과 함께 숲을 조성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호계역 바로 앞에는 주민이 헌수한 1호 나무, 은목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숲을 설계하고 조성하는 데는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합니다만 이후로 숲이 유지되고 가꿔지는 데는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추후 개선이 필요한 점들도 곳곳에서 보였는데요.

우선 조명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밤 산책을 하는 데는 어두운 감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탁 트인 공간이 아니라 양쪽이 막혀 있는 산책로이다 보니 밤에 보다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명 설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또한 군데군데 긴급상황 시 연결이 가능한 비상벨도 설치되어 있다면 안심하고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상안교 사거리에서 호계역까지의 구간에서 울산숲 산책로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출발점인 상안교사거리와 도착점인 호계역이 전부입니다. 중간 지점에 1~2개의 진출입로를 더 확보해 진입성을 높인다면 더 많은 분들이 편리하게 울산숲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추억이 쌓일 울산숲

상안교사거리에 세워진 이정표

상안교사거리 기점. 무단횡단의 위험성이 높은 구간

상안교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천곡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나머지 구간도 함께 걸었습니다.

과거 철길이던 곳을 산책로로 만들었다 보니 다음 구간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건너가야 하는데 주변에 횡단보도가 있어 건너는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무단횡단의 위험이 엿보였습니다.

이정표에 다음 구간 이동을 위해 횡단보도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있기는 했지만 이용자들이 무단횡단을 하지 않도록 유머 있는 안내문이나 고속도로 진·출입 시 안내선처럼 바닥에 따라 걷고 싶은 안내선을 그린다면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주간 시간대는 차량이 많아 무단횡단의 가능성이 낮지만, 밤 시간대는 위험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동 수단 진출입 금지를 안내하는 안내문이 중간지점마다, 가시성이 돋보이는 안내문이 설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행자만을 위한 산책로인 만큼 자전거를 비롯한 이동 수단 진·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인식하지 못하고 진입한 이용자들과 불필요한 마찰로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이동 수단을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장이나 거치대도 중간중간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제 막 숲이 조성되었기에 이러한 부분들은 하나씩 개선해 나가면서 주민친화적인, 이용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된다면 울산숲을 찾는 발걸음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단순한 숲이 아닌 시간이 담긴 숲이니까요.

천곡사거리 기점

호계역에서 출발해 천곡사거리 기점까지 약 1시간 동안 조용한 밤 산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차도 옆으로 난 인도를 따라 걸어야 했지만 울산숲 개통 덕분에 온전히 보행자만을 위한 산책로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내년이 더 기대되는 나무들과 100년의 시간을 간직한 호계역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도심 속 공원으로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울산숲.

많은 분들이 호계역에 추억을 간직한 것처럼 울산숲에서도 소소한 추억을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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