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동네, 농업 중심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죽동의 현재와 변천사'

대전 유성구 동네,

농업 중심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죽동의 현재와 변천사'

2024년에 접어들면서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속한 마을을 조금씩 소개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충남대학교 서문 앞에 하숙촌과 논과 밭이 대부분이었던 죽동을 돌아보며 스케치해 봤습니다.

알기 쉽게 충남대학교 서문에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죽동은 예쁜 카페와 식당 거리를 비롯해 병원과 생활 관련 상업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으며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가 세워져 있습니다.

'죽동근린공원' 입구의 유래비를 천천히 읽어봅니다.

죽동(洞) 마을의 면적은 2.0m2로서 우산봉 아래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반석천(盤石川)은 기름진 옥토로 만들어져 이곳에 정착한 씨족은 고령 박씨(高嶺朴氏), 번남 박씨(番南朴氏), 김해 김씨(金海金氏) 등이 살았고 마을에는 대나무가 무성히 자생(自生) 한다고 하여 이들이 마을 이름을 죽동(竹洞) 또는 대울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죽동 유래비

무성한 대나무가 자생하여 죽동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 현재로서는 쉽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나무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이곳 죽동지구 개발이 되면서 논과 밭 위에는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고 마을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대나무는 흔적이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아참 사진을 보면 약간 빈티지한 갈색빛이 느껴지죠?요즘 유행하고 있는 오래된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로 인생 사진 찍는 것이 인기 있다고 해서 항상 들고 다니던 풀프레임 카페라는 방에 모셔두고 현재는 제조하지 않는 옛 삼성 카메라를 오랜만에 꺼내어 사용해 봤습니다.

죽동근린공원 나무 그늘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듯 가까이 다가가도 응시만 하고 있었네요.

이곳은 죽동근린공원 또 다른 입구입니다. 이곳에는 커다랗고 깨끗한 공영 화장실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국적인 느낌이 좋아 즐겨 찾는 곳으로 '죽동근린공원'과 '대골근린공원'을 잇는 죽동로 터널 위에 조성된 공원입니다.

앞선 죽동의 유래에 이어 이어서 죽동 변화의 과정을 설명해 봅니다. 1970년대 들어 대전의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성구 일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유성온천에 관광자원이 개발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이곳 죽동은 여전히 그 영향 밖에 있었다고 합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전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도시 확장이 진행됨에 따라 유성구 일대의 개발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특히 1993년에 대전 엑스포가 개최되면서 대전 전역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유성구도 인구 유입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었으나, 죽동은 여전히 큰 변화 없이 농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죽동에도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 등 대전의 주요 연구기관들이 유성구에 위치해 있어, 이들 기관과의 접근성이 좋은 죽동도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답니다. 이 시기부터 아파트 단지와 주거지 개발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죽동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는 죽동의 두드러진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죽동지구 도시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 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죽동은 더 이상 농촌 마을이 아닌 도시 지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새로운 학교와 공원,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도 들어서면서, 죽동은 살기 좋은 주거지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에서 보이듯 유성대로 877번 길로 <대전 죽동 2 공공주택지구>로 이어지는 굴다리를 지나면 옛 죽동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농촌 마을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내기를 막 끝낸 논에는 백로들이 가늘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으며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우산봉으로부터 발원해 흐르는 반석천으로 인해 이곳 죽동의 농업이 발전했는데요. 아직 죽동2 공공주택지구는 개발이 늦춰지고 있어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로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다 보니 '지울소공원'을 지나 올림픽 스타인 사격 국가대표선수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강초현' 선수 모교 '유성여자고등학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유성여고 맞은편에는 예쁜 저택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가장 눈에 가장 띄었던 다육식물과 깔끔하게 정리된 주택 정원에 머물며 한동안 사진 촬영하였습니다.

이곳 마을의 주택은 모두 깔끔하고 예쁜 주택이 눈길을 끌고 있었으며, 사진 찍기에도 좋은 장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유성구 탑립동의 예쁜 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멋진 주택가입니다.

개발로 인한 고향을 잃게 된 실향민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져 '죽동애향비'에 적혀있는 원문을 아래에 그래로 옮겨놓았으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북쪽에서 굽이쳐 내려온 지맥이 서쪽에서 달려온 지맥과 지족천을 사이에 두고 가장 가깝 게 맞닿은 지점이다. 금병산의 남쪽 여맥이 이 부근에서 마지막 힘을 모아 동남쪽으로 넓은 福地를 열어 유성여중·고 터전을 열고 서남쪽으로는 초승달처럼 감싸안은 吉地를 마련하였으니 곧 이곳 저드리마을이다.

非非心한 입지에 남북으로 왕래하기에 좋은 이곳은 그 정확한 역사를 모르는 채 충주 박씨 · 부안 임씨 · 경주 이씨 · 광산 김씨 · 초계 별씨 · 은진 송씨 등 각성 30여 가구가 고루 어울려 정겹게 살던 순박한 농촌이었다.

마을 앞으로 졸졸거리며 흐르던 봇도랑이 윗상앗들을 적시는 젖줄이 되어 논농사 짓기에 좋았고, 들 아래 버드나무거리에서 여름날 미역감으며 물고기를 쫓던 모습도 한가로웠다. 늙은 나무 몇 그루가 그늘을 드리운 동구 밖 서낭거리에서 일하던 농군들과 길손들이 쉼터로 삼던 모습 또한 저드리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기름진 논을 갈며 오순도순 이웃 정이 도탑던 이 마을도 도도한 도시화의 바람에서 비켜설 수 없었던가 산골짝을 울리던 농군들의 흥겨운 두레풍장 소리 대신 포크레인의 굉음이 온 마을을 뒤덮고 지나간 지도 어떤 십여 년이 훌쩍 넘어, 그 사이 주민들은 이리저리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여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토지공사의 개발계획에 따라 마을 앞의 수로는 넓은 한길이 되고 기름진 문전옥답은 깎이고 메워져 반듯한 주택지로 변하여 이제 옛 모습은 뒷산에 올라서야만 희미하게 더듬어 볼 수 있게 되었다. 失郷은 진정 아쉬운 일이지만 이제 이곳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주택지로 발전하는 한편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조화를 이룬 노은동 일대 신도시의 교육촌으로 재탄생될 것이라는 희망에 우리는 애써 안도감을 갖는다.

이전에는 교통의 요충이고 미래에는 교육과 주거의 중심지가 될 이곳이 앞으로 지역사회의 진정한 교육 중심지로 발전하여 작게는 지역의 자랑이 되고 크게는 나라의 보람이 되어주기를 우리 고향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 옛 저드리는 전설로 고이 접어두고 21세기의 저드리가 새 터전에 새로운 고향으로 탄생 되기를 염원하면서 오랜 고향을 마음의 탯줄로 삼아왔던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 이 비를 세운다.

2007.9.

저드리 고향사람 일동

죽동애향비 원문

이곳 죽동에는 '북대전세무서'와 '대전유성경찰서'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죽동은 농업 중심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대전의 도시화와 함께 서서히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현대적인 도시 지역으로 탈바꿈한 죽동은 현재 대전에서 선호하는 주거지로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글을 작성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옛 죽동의 모습이 찍힌 사진과 함께 비교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유성구 죽동에 거주하시는 구민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조금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