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유아숲체험원 안내 표시

“유아 숲 체험원”을 아십니까? ‘유아’가 숲을 체험한다고? 모두 의아해합니다. 유아(幼兒)의 사전적인 의미는 ‘생후 1년부터 만 6세까지의 어린아이’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6세 미만의 아이가 숲을 체험한다고 하면 갸우뚱할 수밖에 없지요. 아이의 나이가 어리니 당연히 부모가 동행해야 하는 체험공간입니다. 안전관리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태안에서 ‘유아숲 체험원’을 조성한 이유는 지방소멸시대를 맞이하여 미래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아 숲 체험 입구

유아 숲이란 어감이 참 좋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아이 숲’이란 생각이 들어서 작은 숲의 의미가 함축되기도 합니다. 유아 숲에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놀이기구를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소나무마다 번호가 새겨져서 재선충병 방제를 하고 있었는데요.

▲ 소나무 관리번호 모습

태안지역의 소나무는 품격이 다른 고급 소나무입니다. 고려시대부터 1천 년 동안 궁궐과 군선을 위한 목재를 조달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보면 송목금벌사목(松木禁伐事目) 정책을 통해 소나무를 자르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 특히 안면도 송림공원에서 자라는 붉은빛의 ‘적송’은 소나무 중에 으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소나무의 기상이 늠름하다

유아 숲 체험원이 있는 백화산 동쪽 지역은 ‘문화예술타운’으로 조성된 공간입니다. 문화예술타운의 기점에 ‘가족공감센터’와 ‘어린이꿈 키움터’ 그리고 ‘가족센터’란 이름으로 거대한 2채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2024년에 총 사업비 249억 원을 들여서 개장한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입니다.

▲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의 모습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부지면적 1만 6324㎡, 건축면적 3209.59㎡, 연면적 6021.91㎡의 지상 3층 건물로 된 넓은 공간이지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기도록 만든 건물이지만 효율성과 지속성이 의문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공간과 건물을 관리하려면 많은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 어린이 꿈 키움터 2층의 모습

▲ 어린이 꿈 키움터 2층 모습

가족공감센터 뒤 백화산 자락에 유아 숲 체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나지막한 산비탈에 귀여운 놀이기구들이 만들어졌고,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품에 안고 산속에서 피톤치드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안고 산비탈을 오르기에는 가파르고, 유아들이 총총걸음으로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합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아 숲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 유아 숲 체험원 내부의 산비탈 놀이기구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소멸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해 사회활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결혼을 포기하고 결국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청년들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청년들이 사회에 올바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커뮤니티센터를 지원하고 기술과 창업에 관한 센터가 필요한 현실입니다. 아이를 위한 시설은 많은데 시설을 이용할 아이가 없다면 어떨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이런 시설보다는 분유와 기저귀 살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유아 숲 체험원에서 바라 본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 모습

태안군청에서 제공하는 분야별 통계의 수치를 인용하면, 태안군 인구 62,000명 중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인구는 28,400명입니다. 노동인구에서 제외되는 24세 미만 인구가 8,400명, 65세 이상 인구가 22,000명입니다. 25세 이상 65세 미만의 노동이 가능한 인구가 31,600명이 되지요. 일 할 수 있는 연령대의 3,200명이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비율로 치면 5%대의 젊은이들이 직업 없이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 젊은이들의 부모는 70세가 넘어도 의료와 연금의 사각지대에서 생활비를 벌지 못하는 자식들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합니다.

▲ 태안군 문화예술타운의 모습

태안군 문화예술타운에는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 맞은편에는 ‘교육문화센터’가 있어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과 귀농이나 귀촌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문화센터 바로 위에는 ‘태안군립중앙도서관’이 있습니다. 도서관 바로 위에는 ‘작은 영화관’과 ‘태안문화원’이 한 건물에 있습니다.

▲ 태안군립도서관과 작은영화관 모습

아이키움터’ 건물에는 유아들의 장난감과 엄마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지요. ‘아이키움터’ 옆에는 ‘태안국민체육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6개의 라인을 갖춘 수영장이 있습니다. 수영장 바로 앞에는 문화예술회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매년 연극과 초청가수의 공연이 있는 곳입니다.

▲ 체육센터의 모습

▲ 체육센터 내부의 수영장 모습

태안군민체육관이 있는 정상에는 실외에 다양한 운동기구가 있어서 주민들이 아침과 저녁에 운동을 하러 모이는 곳입니다. 태안군민 실내 체육관은 배드민턴 동우회나 에어로빅 같은 동우회가 이용하기도 하지만, 실내행사나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청소년수련관과 마주 보고 있어서 아이들과 운동을 즐기기에는 적합한 곳입니다.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면서 운동을 하거나 문화예술타운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입니다. 다행인 것은 청소년들이 도서관이나 영화관 그리고 청소년 수련관에서 그들만의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 문화예술타운 정상에 있는 군민실내체육관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문화의 지속성보다는 생색내기와 관광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마당놀이나 소리꾼, 화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보통 중년 이상입니다. 정년퇴직을 했거나 개인 사업을 하면서 틈틈이 동아리 활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을 가진 국보급 문화인들도 노인들뿐입니다. 이러한 문화와 예술의 지속성은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은 잘못된 것입니다. 청춘은 꿈이 가득한 꽃 봉오리처럼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 꽃이 아름답게 활짝 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와 지자체의 몫이지요.

▲ 문화예술회관 안내판

서부발전 본사가 태안군에 이전했으며, 태안화력발전소가 태안에서 가동되고 있어도 인구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동 인구는 많은데 거주하는 인구가 적기 때문입니다. 서부발전의 직원들 대부분은 서울에서 출퇴근을 합니다. 아이들의 교육과 장래를 걱정해서 태안으로 이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서부발전은 지역주민들과 화합과 상생을 외치며 투자를 하지만, 시골이라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태안군의 인프라가 서울특별시의 인프라와 비교될 수 없지요. 예산도 그렇지만 시민들의 의식구조도 서울과 태안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 지방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예산을 집행해야 합니다.

▲ 아이키움터 건물 모습

문화예술타운에 자리 잡은 ‘아이키움터’를 가면 썰렁합니다. 태안에는 산부인과도 없으며 산후조리원도 없습니다. 아이용품을 파는 곳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까운 서산시에서 아이를 낳고 오고, 서산의 가게에서 아이 용품을 사야만 하지요. 총 사업비 249억 원을 들여서 만든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에는 ‘가족공감센터’와 ‘어린이꿈키움터’ 그리고 ‘가족센터’가 들어섰는데요. 완공이 되었지만 개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장이 되면 몇몇은 이곳을 이용하겠지요. 그리고 몇몇은 이곳을 구경하고 기억 속의 장소로만 알고 있을 겁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 내 어린이꿈키움터 3층 모습

사람들이 대도시로 모이는 이유는 그곳에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편리한 교통과 의료서비스 그리고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지요. 우선 교통 인프라와 대기업 유치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사업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즉 R&D 센터가 필요합니다. 그다음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겠지요. 싸고 질 좋은 생필품마켓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모이고 아이의 출산율이 높아지면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나 ‘유아숲체험원’을 조성하면 어떨까요? 지금 태안은 너무 늙었습니다. 젊은 태안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혈세로 지어진 시설들이 모두 쓸모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 가족복합커뮤니티센터 3층에는 적막감이 흐른다

푹푹 찌는 처서의 열기만큼 가슴이 답답합니다. 나는 혼자 생각합니다. “249억 원으로 ‘청년창업지원센터’나 ‘결혼지원센터’를 만들었으면 어떨까?” 유아 숲 소나무에서 송충이가 ‘툭~’하고 떨어집니다. 이곳 송충이는 잘 관리된 소나무가 있어서 그런지 토실하게 살도 찌었고 좋아 보입니다. 이곳의 소나무처럼 청년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합니다.

▲ 청소년 수련관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시원한 사이다 같다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나드리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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