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전
<인터뷰> 태극기 제작 30년 쏟아온 동산기획 김진수 대표
[3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3월소식
글ㅣ배다솜 / 사진 한상훈
태극기 제작에 쏟아온 30년
국기에 담긴 민족의 얼 지킨다
태극기는 단순한 깃발을 넘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국민의 자긍심이다. 대전 서구 강소기업인 동산기획은 30여 년간 태극기 제작에 헌신하며 품질과 정확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 왔다. 동산기획 김진수 대표를 만나 태극기에 쏟은 열정에 대해 들어봤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봉틀로 만든 태극기
내년이면 회사 설립 30주년이다. 96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아는 분의 권유로 태극기를 만들기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국기를 제작하는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집에서 재봉틀로 소규모 제작하는 수준이 전부였기에 제품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당시 보훈처(현 보훈부)에 일하던 분과 함께 일을 시작해 관공서가 원하는정확한 규격과 품질에 맞는 태극기를 제작할 수 있었고, 곧장 서울에 사업장을 차리고 전국의 관공서와 우체국에 태극기, 새마을기, 민방위기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태극기의 제작 규정이 바뀌면서 기존에 만들어 놓은 태극기를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보따리장수에게 원가도 안 되는 가격으로 기존의 태극기를 다 팔아넘기고 새로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왔다.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그땐 수중에 아무것도 없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재봉틀 몇 개가 전부였다. 여기서 직접 태극기를 만들고, 손수 배달을 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다가 2003년이 되어서야 지금의 서구 월평동에 터를 잡았다. 이곳은 가장 힘든 시절만나 결혼한 아내의 고향이었다.
서구에 자리 잡은 후 사업은 순항했고, 2007년에는 법인 전환을 했다. 20대 패기 넘치던 시절, 태극기를 처음 시작할때 이루고자 했던 것이 이제야 이뤄진 느낌이었다.
타인의 슬픔과 기쁨이 크게 와닿는 일
태극기를 만드는 기업을 운영하며 느낀 것은 타인의 슬픔과 기쁨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회사가 한참 힘들던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대구에 있는 봉제 공장 5개를 잡아 성조기를 제작했고, 두 달간 매일 하루에 5톤 차 한 대 분량을 수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를 슬픔으로 몰았던 미국의 테러 사태가 회사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물론 기쁨이 함께한 순간도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리니까 태극기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대한민국이 4강에 올라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전 직원이 매일 밤을 새우며 태극기를 만들어도 부족했다.
응원단석 위를 펄럭이며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대형 태극기도 만들었는데, 태극기 무게만 700kg에 달했던 기억이 난다. 한 나라의 국기를 만드는 것은 나라의 슬프고 기쁜 중요한 순간을 함께하는 일이었다. 그만큼 늘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엄격한 제작 기준 지키는 자동화 시스템
우리나라의 태극기는 다른 나라 국기에 비해 각각의 뜻이 많고 태극 문양과 사괘의 위치나 비율에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우리는 주로 조달청, 국방부, 보훈부 등 정부 기관에 제품을 납품해 엄격한 규격 준수가 필수였다.
이러한 규격을 준수하기 위해 센서 인식을 통해 더욱 정밀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색감과 위치 선정, 재단, 봉제 등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정확하게 제작하고, 깃대나 밧줄 등을 연결하는 작업은 사람 손을 거친다.
비닐하우스에서 소위 ‘미싱’이라 불리는 재봉틀 몇 대로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직접 기술 개발 아이디어를 내고 설비를 확충하다 보니 태극기 제작과 관련한 특허만 벌써 5개다.
최근에는 현수막·간판 인쇄 등 광고 부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해당 기술과 관련한 설비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대형 광고판, 대형 간판, 현수막 제작 등 그간 태극기를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회사 성장해 태극기 박물관 만들고파
앞으로 광고 인쇄 부분의 성장을 가속해 대전 충남권에서 제일 큰 광고 회사를 만들고 싶다. 최근에는 신축 야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 들어가는 각종 대형 간판의 제작을 맡아 이 분야의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보며 발전의 기반을 마련해 준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동산기획이 전국에 유통되는 태극기의 70%를 제작해 태극기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 기업이라 자부할 수 있다. 최고의 기업으로서 태극기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보존하고 있는 태극기를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치원 아이들이 농촌체험을 가듯 태극기 박물관에서 와서 태극기를 직접 그려보고 태극기가 사용된 역사에 대해서도 배우는 기회를 주고 싶다. 수익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지역사회 기여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달성하고자 한다.
“동산기획은 태극기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바라보며 제작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저 자신부터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도 태극기를 통해 민족의 얼을 지켜나 간다고 생각하며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김진수 대표의 열정은 앞으로도 태극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전달할 것이다. 또한 지역에 환원하고 싶다는 그의 따뜻한 온기는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함에 있어 뜨거운 불씨가 되리라 믿는다.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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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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