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3월소식


<환경칼럼>

푸른 뱀,

희망을 보다


문광연

한국양서파충류학회 이사


▲ 세계보건기구 로고와 꽃뱀이라 불리는 유혈목이

3월이 되면 마음이 설렙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갑천을 따라 걸으면서 버들잎 내음을 맡는 것 입니다. 갑천을 따라 상류로 걷다 보면 버드나무와 갈대가 많은 월평공원(대전 서구 갑천국가습지보호지역)이 나옵니다. 이곳부터는 자전거길도 도로도 없는 흙길입니다. 흙길 양쪽에는 파릇파릇한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갯버들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합니다. 나뭇가지에는 박새와 딱따구리가 ‘통통통’ 소리를 내고, 물가에는 청둥오리 한 쌍이 뱃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바위틈에서 물이 졸졸 흘러나옵니다. 바위 위에는 연둣빛의 이끼들이 옷을 입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호로롱 호로롱’ 소리가 들립니다. 큰산개구리 소리입니다. 큰산개구리는 계곡물에서 겨울잠을 자고 가장 먼저 깨어나 울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습니다. 이런 개구리가 많은 곳에서는 뱀이 많습니다. 2025년은 푸른 뱀의 해지요. 월평공원에는 꽃뱀이라 불리는 ‘유혈목이’, 독을 가진 ‘쇠살모사’, 네 다리가 있는 ‘도마뱀’, 물을 좋아하는 ‘물뱀’(무자치)들이 살고 있습니다.

뱀은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습니다. 보통 뱀들은 5∼10개의 알을 낳습니다. 몸이 커지면 허물을 벗고 몸을 키우지요. 그래서 재생과 환생의 상징이었습니다. 고대 신화와 종교에서는 죽음과 악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임금님들의 자리나 모자에도 뱀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지요. 맑은날 저녁, 월평공원에서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밤하늘에 긴 꼬리를 가진 ‘바다뱀자리’와 사람의 모습을 한 ‘뱀주인자리’가 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구렁이가 살면 복구렁이라고 했습니다. 일년에 쥐를 100여 마리나 잡아먹으니, 곡식이 잘 보존되었지요. 지붕 아래나 담장에 살고 있던 구렁이는 복덩이였습니다. 또한 뱀은 치병과 지혜의 상징입니다. 지금도 군의관이나 대한의사협회, 세계보건기구의 로고에는 뱀이 그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뱀은 독이 없고,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물지 않습니다.

월평공원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푸른 하늘에 멋진 날개를 편 말똥가리 한 쌍이 바람을 타며 빙빙 돌고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땅 위에는 이름 모를 풀잎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봄입니다. 저 멀리 아지랑이가 보입니다. 푸른 뱀의 해, 희망을 품어 봅니다.

※ 참고자료: 심재한, 「꿈꾸는 푸른 생명 거북과 뱀」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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