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식장산 고산사」의 부처님 오신 날(초파일) 맞이

현재 알려진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은 동구 대성동 식장산 자락에 있는 고산사입니다.

고산사로 향해 식장산을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데 벌써 녹음이 우거진 분위기입니다.

고산사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직진해서 가파른 산길로 6~700m 더 올라가면 식장사라는 절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식장산 전망대로 잘못 알고 이곳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 안내판을 세워놨습니다.

고산사로 들어가는 길 왼편에는 정성을 담은 작은 돌탑이 여럿 보입니다.

입구에는 고산사에서 하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불자를 위한 법회, 법요식 안내 현수막이 있습니다.

현수막을 건 느티나무 아래에 바위를 휘감은 굵은 뿌리를 보니 자연의 힘이 느껴집니다.

식장산 깊은 산 속에 이렇게 넓은 사찰 마당이라니,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해가 비추는 곳으로 열린 넓은 마당이 참 아늑합니다. 상당히 높고 깊은 산속이었을 텐데 천년도 더 오래전에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는지 감탄이 나옵니다.

왼쪽에 범종각이 있고 중앙에는 탑이 하나, 탑 너머에도 건물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좌우로 길게 놓인 이 독특한 건물이 대웅전인가 했는데, 이 건물은 왼쪽은 극락보전이고 오른쪽 반은 종무소로 사용합니다.

석탑 주변에는 탑돌이 할 때 디딜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았고 불자들의 기원을 담은 연등은 석탑 주위에 달려 있습니다.

주말 동안에 계속 비가 내려서 이날 하늘이 파랗고 공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극락보전 왼쪽으로 가니 대웅전이 보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오색 연등이 동글동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고산사의 대웅전은 다른 절에서 보던 팔작지붕이 아니라 맞배지붕입니다. 이 대웅전은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호로, 886년(신라 정강왕 1)에 도선국사가 처음 지었다고 합니다.

1636년(조선 인조 14), 수등국사가 고쳐 지었다고 하는데, 이 지방 불교 건축물로는 유일하게 다포양식의 한옥입니다.

대웅전 앞에는 좌우로 석등이 1기씩 있는데 석등에 올려놓은 동자승의 모습이 마음에 평화를 줍니다.

대웅전 옆으로는 오래된 부도 2기가 있습니다.

대웅전을 고쳐 지을 때 발견한 상량문에 ‘법장산 법장사’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산사의 옛 이름은 법장사, 식장산은 법장산이었다는 말이네요.

불자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어서 사진 촬영이 어려웠습니다. 대웅전 문을 열었을 때 부처님에 보이는 게 아니라 왼쪽에 모셨습니다. 지도를 보니 왼쪽이 서쪽입니다. 정면이 북쪽이고 북쪽에 걸린 탱화는 1815년에 청도 운문사에서 만든 탱화로,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33호라고 합니다.

대웅전에 모신 흙으로 빚은 소조 여래도는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2호이고, 문을 열었을 때 정면이 아니라 왼쪽(서쪽)에 모신 것이 특이합니다. 동쪽을 바라보며 앉아계십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삼성각이 있습니다. 부처님과 산신, 그리고 한 분은 누구실까요?😅

날씨가 좋고 경치가 아름다워서 사진을 많이 남겼습니다. 마침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대웅전 지붕에 앉아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군요.

삼성각에서 돌아 내려오면서 부도의 뒷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범종각입니다. 범종, 북, 운판, 목어까지 사물이 모두 걸려 있습니다.

갑자기 특이한 점이 보였습니다. 범종각 계단 위에 있는 장식 돌 연꽃이 꽃을 피운 모습인데요, 대웅전 앞에 있는 계단 장식에는 연꽃이 봉오리로 되어 있었거든요.

범종각의 석재 연꽃 장식

대웅전 계단의 석재 연꽃 봉오리 장식

사물의 소리가 삼라만물을 계도하며 고통을 덜어 준다더니, 돌 연꽃도 개화한 것 같습니다. 처음 방문한 고산사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참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주영선 ㅣ 제2기 동구 소셜미디어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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